유가를 정하는 주된 요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 상업용 육상 재고입니다. 이 재고가 전쟁이 시작된 뒤에도 거의 줄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둘입니다. 시장이 예상보다 잘 적응해 실제 부족분이 작았고, 재고가 줄어든 곳이 전략비축유와 해상, 중국에 몰렸습니다. 정작 가격을 움직이는 상업용 육상 재고는 버틴 것입니다.
중동의 공급 적응이 계속돼 2027년 하반기까지 생산이 점차 회복된다고 봅니다. 음성 거래로 나가는 물량이 더 늘어나고 파이프라인이 2027년 말 가동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근거는 셋입니다. 하나는 과거 사례입니다. 2024년 11월 세계 가시 재고가 사상 최저였을 때 브렌트유는 76달러였습니다.
둘은 절대량입니다. 세계 육상 석유 재고가 전쟁 전 91억 배럴에서 지금 86억 배럴로 줄었지만 최소 운영 저장 수준보다는 여전히 훨씬 많습니다. 수요일수로 재면 사상 최저였던 2003년 평균보다 16% 많습니다.
셋은 중국입니다. 가격에 민감해 비싸지면 수입을 줄이므로 그만큼 가격 상승이 눌립니다.
세계 시장 부족분이 2026년 3월 하루 약 700만 배럴에서 2026년 3분기 하루 100만 배럴로 좁혀졌습니다. 걸프 생산이 부분 회복되고 수요가 부진했으며 걸프 밖 생산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도표를 보면 2026년 1~2월에는 공급이 남았고 3월부터 7월까지 크게 모자랐다가 8월 이후 다시 균형에 가까워집니다. 12월에는 소폭 남는 흐름으로 갑니다.
2027년 걸프 평균 생산이 전쟁 전보다 하루 400만 배럴 낮게 유지되는 경우입니다. 기본 시나리오는 하루 50만 배럴 감소이니 훨씬 나쁜 상황입니다.
이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을 수 있습니다. 도표로 보면 2027년 4월 무렵 약 125달러까지 갑니다. 호르무즈와 홍해 선박 공격 심화가 가장 가능성 높은 촉발 요인입니다.
2027년 걸프 평균 생산이 전쟁 전보다 하루 100만 배럴 높아지면 브렌트유가 60달러대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위험이 순증 기준으로 위쪽에 크게 기울어 있다고 봤습니다. 특히 근시일이 그렇습니다.
지정학 위험을 막는 방법으로 2027년 3월부터 12월까지의 유럽 경유 시간 스프레드 매수를 계속 권했습니다. 러시아나 중동 정제시설 가동 중단이 이어져 근월 9개월 스프레드가 지금 수준에 머물면 100% 넘게 오릅니다.
SK이노베이션은 2026년 2분기 석유사업에서 영업이익 1조 4,730억원을 냈습니다. 전년 동기 적자에서 돌아선 것입니다. 유가가 80달러 부근에 머물면 지금 흐름이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어제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원유보다 천연가스와 정제유 매수를 권했습니다. 공급 충격이 원유 시장보다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도이치뱅크는 9월 7일 자료에서 유가가 물가 압력의 주된 원인이라고 짚었습니다. 시장이 필요한 금리 인상 폭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경고였습니다.
같은 날 UBS는 연준 전망을 동결에서 9월과 12월 두 차례 인상으로 바꿨습니다. 근거 가운데 하나가 공급망 병목에 따른 물가 상방 위험이었습니다.
노무라는 한국 물가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을 상향 요인으로 꼽았고, JP모건은 근원 물가가 아직 정점을 지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차질이 2027년까지 이어진다고 가정을 바꿨는데 5달러만 올렸습니다. 재고가 버티고 있고 중동 생산이 회복 중이기 때문입니다.
눈여겨볼 것은 기본 시나리오 80달러가 현재가 97달러보다 낮다는 점입니다. 지금 가격에 이미 상당한 위험이 반영돼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위쪽 위험이 큽니다. 걸프 생산 회복이 멈추면 120달러를 넘고, 촉발 요인은 호르무즈와 홍해 공격 심화입니다.
국내에서는 정유사 실적과 물가가 이 숫자를 따라갑니다. 유가가 오르면 정유 이익이 늘지만 물가와 금리가 함께 올라 주식 배수를 누릅니다.